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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10.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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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천 파리1대학 국제관계사 박사

 

 
 

현행 헌법은 노태우 대통령 때인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결과로 채택된 된 지 벌써 36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다. 헌법을 자주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시대정신에 맞게 바꾸는 것이 헌법규범과 헌법현실 사이의 괴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대한민국이라는 청년이 그동안 엄청나게 체격이 커졌는데, 입고 있는 옷은 아직도 중학교 때 옷을 입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이 만들어진 이래 지금까지 아홉 차례 개정되었다. 건국초기와 개발연대 시대에는 주로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해 위헌적인, 때로는 위험한 헌법 개정을 추진하였다. 이승만 대통령 때 ‘초대 대통령에 대한 중임제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사사오입 원칙에 의한 개헌(2차 개헌),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이 3선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재임을 3기로 연장하는 개헌(6차 개헌), 대통령을 간선으로 하고 임기는 6년으로 하며, 국회의 국정감사권을 폐지하고, 국민들의 기본권을 약화시키는 초법적 개헌(7차 개헌, 소위 ‘유신헌법’) 등은 국민의 요구가 아닌 정권의 필요에 따라 위로부터 개헌을 추진한 사례이다.

소위 ‘87년 헌법(또는 제6공화국 헌법)’으로 불리는 현행 헌법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의 문제점은 책임 있는 정책을 입안, 실행한 시간이 부족하고, 국민들에게 국정운영에 대해 중간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한일관계, 대북정책이나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 향후 우리국민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주요 정책들이 진보정부냐, 보수정부냐에 따라 하루아침에 180도로 바뀐다는 점이다. 또한 5년이라는 단기간에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정책 위주로 추진되다 보니 국가 100년 대계를 바라보고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칠 수 없다. 그리고 집권 4년 차에 들어서면 레임덕 현상이 발생하는 등 우려되는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6년부터 헌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며,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대통령 직권으로 발의하겠다고 하여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원포인트 개헌’은 대선과 총선의 주기를 통일하고, 그 실시점을 근접 또는 일치시키는 대통령 연임제(4년 중임) 개헌안만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제18대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약속하였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헌법개정에는 전면개정, 부분개정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현행 헌법이 어느 정도 규범적 헌법(normative constitution)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부분개정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제20대 국회가 2017년 1월 여야 합의로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를 구성하여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활동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성과는 없었다. 그 원인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되고 2017년 5월 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로 인해 정치권의 관심이 개헌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헌법상 국민주권원리와 대의제원리가 정치현실과 괴리되고 있는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10차 개헌 추진이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0차 개헌의 시기는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국회가 국민의 불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회의원은 전체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지위와 국가이익우선 의무에 반하여 정당원으로서의 활동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대통령의 권한행사와 정책결정도 국민주권의 이념에 입각하여 국민 다수의 의사와 여론을 존중하여야 하나,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정책집행과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권한남용에 해당된다. 국민개헌발안권 부여 등 상향식 개헌을 통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하며, 개헌을 통해 지금의 여야 간 극한대립을 해소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개정이 지연되면 될수록 정치적 피로감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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