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두고 이처럼 단호한 어조로 운을 뗐다. 그는 자신이 가장 먼저 통합을 제안하고 구상한 당사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별시 출범을 성공적으로 이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조 개편이 아니라,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는 국가적 과제라는 인식이다.
“대구의 도시 역량, 경북의 산업·공간 자산 결합해야”
도지사가 그리는 통합 구상은 분명하다. 대구의 도시 인프라·의료·교육 역량과 경북의 산업단지, 에너지 기반, 넓은 공간 자산을 완전히 결합해 ‘대경권’을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성장엔진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는 “통합 이후에는 산업·인재·투자 플랫폼을 수도권과 맞설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기업이 오고, 인재가 머물며, 자본이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광역철도와 도로망을 획기적으로 확충해 사실상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묶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교통망 확충은 단순한 편의성 개선이 아니라, 통합 경제권의 실질적 작동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리더는 결단해야 한다. 시작하면 할 수 있다. 단합된 힘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면 대구·경북에 할 일이 태산이다.” 통합은 선택이 아닌 시대적 요구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청년이 돌아오는 경북…“첫 직장이 지역에 있어야”
경북이 직면한 가장 절박한 과제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다. 특히 청년 유출은 산업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 변수다. 도지사는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 교육, 문화, 주거, 의료 등 삶의 조건이 복합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수도권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결의 출발점은 ‘첫 직장’을 지역에서 갖도록 만드는 데 있다.
경북은 이미 반도체, 이차전지, 수소, 원자력 등 첨단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는 “중요한 것은 산업 타이틀이 아니라, 청년이 실제로 취업할 수 있는 기업과 양질의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단순 기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현장실습-채용-정착으로 이어지는 일자리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지역 인재가 지역 산업에 안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청년층이 선호하는 문화·예술·관광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만으로는 청년을 붙잡을 수 없다. 문화와 여가, 창업 생태계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공연·콘텐츠·로컬관광 산업을 확대해 청년 창업과 일자리를 동시에 늘리는 전략이다. 의료와 돌봄 인프라 확충도 중요한 축이다. 특히 북부권 등 의료 취약지역에는 공공·민간 의료자원을 대폭 확충하고, 돌봄·재활·의료기기·디지털 헬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고령화 대응과 신산업 창출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기도 하다.
원전·수소·AI…“산업 전환은 생태계 전체를 바꾸는 일”
경북 산업 구조 전환의 핵심 키워드는 ‘에너지’와 ‘AI’다. 도지사는 산업 전환을 개별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을 재편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은 국내에서 원자력 발전 기반이 가장 강한 지역 중 하나다. 그는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과 함께 소형모듈원전(SMR) 산업 생태계 조성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기관 유치, 전문 인력 양성, 관련 기업 집적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산업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인프라도 확충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에너지 기반 위에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산업을 얹어 ‘AI 풀스택’을 구현하고, 이를 제조 현장에 적용해 ‘제조 AX(인공지능 전환)’를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에너지-데이터-제조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경북 제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신공항, 산업·관광·인재 이동의 허브로
산업 전환의 또 다른 축은 물류·관광·인재 이동을 아우르는 플랫폼 구축이다. 도지사는 대구경북신공항을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산업과 물류, 관광을 연결하는 전략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신공항을 통해 반도체·바이오·친환경 농산물의 수출 기반을 확대하고, 북부권과 동해안의 관광 자원을 대구 도심과 연계해 세계적인 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공항과 철도, 고속도로를 촘촘히 연결해 ‘접근성 혁명’을 이루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균형발전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것”
경북은 22개 시·군이 각기 다른 역사와 산업,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도지사는 “진짜 균형발전은 모두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역할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해안권은 에너지·해양산업과 미래 첨단산업의 전초기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영일만항을 북극항로 거점 항만으로 확장해 글로벌 물류 중심지로 키우고, 포항을 중심으로 철강 산업을 친환경 첨단소재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산업 고도화와 원자력·수소 산업 결합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중남부권은 구미·경산·김천을 중심으로 반도체, 전자, 모빌리티 산업 혁신의 중심축으로 삼는다. 기존 제조업에 AI와 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다.
북부권은 산림·바이오·치유산업·역사문화 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 여기에 광역철도와 고속도로, 신공항 접근망을 연결해 생활권을 확대하고, 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함께 설계해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북도지사의 비전은 결국 ‘통합’과 ‘전환’으로 수렴된다. 행정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정책 추진력을 확보하고, 산업·에너지·AI 중심의 구조 전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대구·경북이 힘을 모으면 수도권과 당당히 경쟁하는 글로벌 메가시티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계산을 넘어선 결단, 지역의 한계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선언. 대구·경북의 통합과 산업 대전환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