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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4.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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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방자치 분권 시스템과 주민참여 (2)

 

이번 호에는 독일의 지방자치와 자치 분권 시스템 및 기초정부 그리고 기초의회 및 주민참여 등에 대해 개괄적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 독일은 유럽연합을 이끌고 있는 경제 강국이면서 동시에 정치선진국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지방자치의 오랜 역사와 함께 성공적으로 착근 시키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올해부터‘자치분권 2.0시대’를 맞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지방의 시‧군(市‧郡)을 기초지방자치단체라 부르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독일의 지방자치 분권 시스템에서 우리의 시‧군에 해당하는 독일의 시‧군을 기초지방자치단체라고 부르면 왠지 어색할 것 같다. 오히려 기초 지방정부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후에 언급되겠지만, 지방정부의 규모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모두가 헌법에 버금가는 명확한 자기들만의 규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지방자치제도는 1808년 프러시아 행정가이자 개혁가인 슈타인(F.v.Stein)의 도시개혁에서 출발, 1871년 비스마르크(O.v.Bismarck)에 의한 제국 통일 이후 더욱 발전을 거듭했으며, 19세기 말엽에 정당들이 지방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지방자치 제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시기는 바이마르 공화국(1918~1933)때로 민주주의가 정착된 시기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가 발발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해산되었듯이, 독일도 1933~1945년 히틀러가 집권했던 시절은 암흑기로 지방자치단체가 전면 폐지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1990년 통독과 더불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독일 지방자치 분권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몇 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❶민주 시민교육 및 정치교육시스템 ❷정당 시스템 ❸지방의회선거제도 등의 핵심을 짧게나마 압축적으로 짚어봐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독일 지방자치 분권 시스템과 상호 깊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표 1>

계층구조 표 강지숙.png
<표1> 독일 연방의 자치 분권시스템을 도표화 한 것으로 분홍색부분의 <자치시>와 <군> 그리고 <군소시읍면동>이 추후에 본격적으로 살피게 될 독일의 기초지차체 분야 들이다. 적힌 갯수는 현재 독일 기초지자체들의 통페합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다소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독일에는 인구 1,000명에도 못 미치는 기초지자체가 있는데 우선적인 통폐합 대상이 된다

 

우선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독일연방 16개(州)(도시州 3와 일반州13)에서는 각기 다른 헌법을 가지고 있기에 16개州는 16개의 나라로 구성됐다고 보면 된다. 도시州 3개와 일반州 13개 밑에 존재하는 지방자치단체(우리의 시/군/구에 해당하는 Kreisfreie Stadt 107개와 Kreis 294개 그리고 우리의 작은 도시와 읍면동에 해당하는 Gemeinde 11,000개가 있다)역시 헌법과 맞먹는 각기 다른 규정을 가지고 있으므로 각州와 그 하위체제에 해당하는 많은 지자체들의 시스템을 상세히 들여다 보게되면 조금씩 다른 규정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독일의 州나 州의회를 우리나라 광역권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는 데, 이는 절반만 맞는 표현으로 올바른 번역이 아니다. 독일의 기초지자체나 기초의회 등은 다음 호부터 상세하게 살펴보게 되니 일단 여기서는 개략적인 상황만 파악만 하면 될 것이다.

 

◆ ❶민주 시민교육 및 정치교육시스템,  보수·진보 초월한  초당파·중립적 입장 철저 견지 

 

민주 시민교육 및 정치교육시스템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민주주의 정착에 크게 기여했으며, 통일 후에는 사회통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독일의 민주시민교육은 공공영역, 민간영역, 정치영역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영역의 교육기관으로는 연방정치교육원(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16개 주(州)정부차원에서 이뤄지는 주(州)정치교육원, 각급 학교, 시민대학 등을 꼽을 수 있으며, 민간영역의 교육으로는 교회, 노동단체를 포함한 사회 및 시민단체의 교육을 들 수 있다. 정치영역의 교육으로서는 각 정당 및 정치 재단의 교육이 있다.

 

독일정치교육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기본 원칙이 있다. 독일정치에 관련 있는 사람이면 한 번쯤 들어 봤을 바로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독일 정치교육의 상징이며 정치 관련 교사들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다. 지난 3월 9일 대선을 치렀고 앞으로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철저하게 초당파적·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정치적 도구화를 방지하고 이념적 갈등 해소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비생산적인 불필요한 진영논리에 함몰되는 상황을 방지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뒤에서 우리는 곧 독일의 자그마한 기초지방의회에서조차 좌우를 넘나드는 여러 정당이 존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독일 시민들을 위한 이 같은 합리적인 정치교육시스템과 절대로 무관치 않다.

 

독일은 1968년 학생운동을 거치면서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 되어 갔는데 이를 위해 1976년 11월 독일 남서부의 소도시 보이텔스바흐에서 “정치교육에서의 합의 문제 (Das Konsensproblem in der politischen Bildung)”라는 주제하에 진보와 보수 진영의 저명한 정치교육학자들을 초청해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도출됐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같은 독일 시민들의 정치교육에 중심 역할은 연방정치교육원이 맡고 있다. 연방정치교육원은 1952년 11월 25일 '지역 정치교육을 위한 연방 본부'라는 명칭으로 설립됐다. 연방 내무부 산하에 설치된 기관으로 내무부의 지휘·감독을 받게 되어 있지만, 실제는 높은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연방정치교육원의 민주시민교육 내용은 기본법에 입각한 인권존중, 자유, 평등, 법치주의 등 민주주의 사회에 중요한 사항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나 상황에 따라 교육 매뉴얼이나 비중 그리고 항목 등은 달라지기도 한다. 독일의 정치 및 민주시민교육은 전반적으로 성공리에 시행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최근 들어 몇 가지 보완 작업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및 이민, 난민 문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독일 사회의 인종적, 사회적인 양극화와 관련된 것들을 원만하게 연 착륙시켜 시키자는 의도에서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난민을 감싸주려는 팻말을 들고 난민을 받아주는 독일인들의 모습을 메스컴에서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도 독일연방정치교육원과 무관치 않는 것들이다.

 

◆ ❷정당 시스템, 지역정당 설립 자유롭고 지방의회 선거에선 유권자단체도 정당으로 인정

 

다음으로 <독일 지방자치 분권 시스템과 주민참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당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에는 어느 작은 도시든 마을이든 쉽게 정당을 찾을 수 있다. 생활 밀착형 정당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다. 독일의 주요 정당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의 거주지역을 입력하면 가장 가까이 있는 지역 사무실이 안내된다. 누구나 주변에서 쉽게 정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당이란 원래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 당의 인재를 등용할 수 있도록 정치 권력을 획득하는 결사체다. 정당은 지역주민과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기여하고 정치적 의사결정의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공직 후보를 지명하게 되고 결과에 따라 정치적 의사를 실현하는 기회를 맞게 된다. 물론 잘못된 정책이나 판단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 정당이기도 하다.

 

독일의 지방자치분권시스템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 중의 하나도 정당설립요건이다. 바로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독일의 지역 정당설립과 지역 정당 활동과 관련되는 것들이다. 독일의 지역 정당은 전국단위 선거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지방선거에만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정치적 활동 범위를 해당 지역으로 한정하고, 해당 지역의 주민 등 지역과 이해관계를 긴밀히 공유하는 주체들과 지역민들이 당원으로 참여한다. 다양한 지역적 및 분야별 삶의 욕구가 다원적으로 분출되는 오늘날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극대화되면서 효율적인 자치분권시스템을 가능케하는 정당시스템으로 자치분권 2,0시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처럼 전국규모의 연방 차원뿐만 아니라 주(州) 그리고 아래의 지역 단위에서도 얼마든지 지역 정당 활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정당설립 요건처럼 중앙당에 본부를 두고 5개 이상 시・도당을 가져야 하며 또 각 시・도당은 얼마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없어 비교적 정당설립이 중앙이나 지역 등에 상관없이 자유롭다. 지역주민의 자유로운 정치참여가 가능한 정치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것이다.

 

나중에 언급되지만,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 지방의원 선거에 있어서 정당 명부를 작성할 때 유권자단체 등의 단체조차도 정당으로 간주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만큼 지방의회에서 참여하는 방법이 광범위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방분권자치시스템에 긍정적 역할을 미치고 있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독일 전역에서 유권자단체의 활동이 지역 정치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❸지방의회선거제도, 주민 의중 극대화하는 누적과 분할 투표,  자치분권2.0시대 던지는 시사점 커

 

그다음에 살펴봐야 할 것이 지방의회선거제도다. 독일 연방하원선거, 주의회선거, 지방의회 선거를 관통하는 주요한 공통분모적인 선거제도의 핵심을 짧게나마 살펴봐야 <독일 지방자치 분권 시스템과 주민참여>에 관한 이해가 가능하다. 독일 선거제도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시스템의 핵심은‘Personalisierte Verhältniswahl’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의인화된 비례대표제 혹은 혼합비례대표제 등으로 번역되고 있으나 의미가 전달되기 쉽지 않다. 그냥 연동형 비례대표제 혹은 독일식 비례대표제도 부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핵심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우선적으로 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투표용지를 보면 지역구 후보 명부, 비례대표 후보 명부, 정당 등에 기표하게 되는데 우리와는 달리 지역구 후보가 동시에 비례대표 후보로 등재된다. 당선자는 아래 예에서 언급되지만, 정당의 의석수는 누적과 배합을 통해 획득한 득표수의 총합으로 결정되며 당선인은 후보간 다득표자 순으로 채워진다. 당선자 숫자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의석수 보다 적을 경우, 모자라는 의석수 만큼 비례대표를 배정 받게 되는 시스템으로 사표(死票)를 최소화하면서 정당을 중시하는 시스템이다. 반대의 경우는 당연히 추가적으로 배정받지 못한다.

  

지방의원 선거도 독일의 16개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통부분은 역시 이 같은 비례대표제를 응용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당득표율에 따라 우선적인 지방의원 의석수가 배정된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지방의회 대부분은 일정 부분을 득표해야만 하는 봉쇄조항도 위헌판정을 받아 없어지는 추세다. 그만큼 지방의회에는 다양한 정당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고 있는 셈이다.(참고로 독일 연방의회는 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해 득표율 5%의 봉쇄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독일 지방의회 선거의 특징은 누적투표제(kumulieren)와 분할투표제(panaschieren) 가 대표적이며 ‘지방분권2.0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 지방의회에는 중요한 의미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독일 지방의회 기표권은 州에 따라서 유권자 한 사람당 3~5표 혹은 지방의원 의석수만큼 기표권을 가진다. 출마자 수 만큼 기표권을 가지는 州는 바덴뷔르템베르크, 바이에른, 헤센, 라인란트팔츠,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등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방의회의 의석수가 30명이면 유권자 한 사람당 30표의 기표권을 가지게 된다. 바이에른州 경우 주민 1,000명 이하인 지방의회의 의석수는 8명 정도며 뮌헨 같은 큰 도시는 80명에 이른다.

 

만약 인구 15만 정도의 안동이 독일 바이에른州에 존재한다면 지방의회 의석수가 45개 정도가 되며 유권자는 한 사람당 45표의 기표권을 가진다. 그리고 각 후보자나 각 정당에게 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표는 3표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45표를 가진 유권자는 마음에 드는 후보자 15명을 골라 3표씩 몰표(kumulieren)를 줄 수도 있고 다양한 정당의 후보자 45명에게 1표씩 나누어(panaschieren)투표할 수도 있다. 물론 두 세명에게 3표씩 기표하고 나머지에게는 1표씩만 기표하는 등 여러 가지 분할과 누적의 배합을 살리는 기표를 행사할 수 있다. 배합의 묘는 오직 유권자의 몫이다.(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자를란트州 등에서는 의석수와 관계없이 오직 1표만을 행사하도록 해 누적이나 분할 투표 등을 원천 봉쇄하기도 한다)

   

이 같은 누적과 분할 투표는 정당이나 유권자단체에서 지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위적으로 자기 사람을 등장시켜 당선시키는 행위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유권자 재량의 확대가 최대화 된다는 뜻이다. 정당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후보자리스트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누적과 분할 투표는 지역민들로 하여금 투표 참여와 지방의회에 관심을 고취시키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당을 통해 당선된 시의원이나 군의원들의 보다는 유권자단체를 통해 당선되는 지방의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당면 현안들이 의제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 실현에 기여 하는 바가 크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방분권2.0’시대를 이제 막 열어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커다란 시사점이 되고 있다. (다음 호에는 좀 더 구체적인 기초단체와 의회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영남의정뉴스 기획취재팀, 협조: (주)유럽경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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